“애써 모른 척, 참는 척, 이제 그만해. 날 원하잖아, 서연아.”
신호 하나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. 숨처럼 억눌러왔던 감정이 터졌고, 두 사람 사이의 경계가 깨졌다.
숨을 삼키며, 목을 젖히며, 속을 삼킨 채 흐느끼듯 이름을 불렀다.
“너도 알잖아. 내가 원하고 있다는 거.”
“네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,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어. 하지만 더는 미루고 싶지 않아.”
오랜 시간 쌓여온 그리움과 갈망, 그리고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의 격정이
입맞춤 하나에 모두 담겨 있었다.
***
“어릴 때부터, 아주 오래전부터… 내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 없어.”
그가 언제부터, 얼마나 오래 자신을 마음에 담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.
그러나 그 말이 전해진 순간부터 가슴 깊은 곳에 일렁인 떨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.